과학·발명

지식 서비스의 붕괴

새무슨 2017. 5. 9. 12:49


(1) 정보 가치의 붕괴


지난 1980년~1990년 초반을 돌이켜 보면 참 재밌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당시는 산업화 사회의 극을 달리면서 21세기 미래에 대한 다양한 예측들을 하곤 했는데, 소위 전문가 및 미래학자라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미래 시대에는 정보를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갖게 된다', '정보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 그것을 가진 사람이 큰 부를 갖게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공장 자동화에 의한 제조 풍요의 시대였기에 '정보'라는 것의 가치가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엘빈토플러 같은 학자들도 그러한 주장을 하니 그렇게 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2000년대 그 시기가 오니 진짜 그렇습디까?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고 봅니다.

정보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은 실감하게 되었지만, 정보가 홍수를 이루게 되어 그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고 봅니다.

정보를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정보는 누구나 쉽게 '공짜'로 얻게 되었습니다.

여기엔 인터넷을 통한 공유가 큰 역할을 하게 되었죠.


예를 몇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입시 분야를 보면, 예전에는 시험 후기나 공부 법 등을 경험자가 책으로 써서 팔면 돈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은 인터넷 찾아 보면 부지기수로 넘쳐 납니다. 더이상 돈이 되지 않는 정보입니다.


예전에는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전문 선생님을 구해서 돈을 주고 레슨을 받거나 책을 사서 봐야 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독학이 가능하고, 유투브 등을 통해 동영상을 보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경제/사회/국제 관계 분야 등 모든 것이 맘 먹고 찾으면 공짜로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돈이 되지 않고, 지구에 있는 공기처럼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는 기술 분야도 그렇습니다.

IT 기술은 정말 너무 많은 것들이 공짜로 인터넷에 널려 있어 그것들 잘 활용하면 쉽게 벤처 기업 하나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벌기가 어렵습니다.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죠.


여기서 잠깐 IT 업체들 모습을 좀 볼까요.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누가, 어느 기업이 돈을 벌었습니까.

물론 구글이나 페이스북, 네이버 처럼 거대 포털들이 선점하여 큰 기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게임 업체 몇몇을 제외하곤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뭔가 혁신적이고 큰 가치를 줄 것 같아 주목받는 기업들이 나타나지만 실제 수익성이 없이 바로 사라져 버립니다.

이쪽 분야에 노력하는 거대 인력들을 보았을 때 매우 적은 확률로 수익을 내어 성공하게 됩니다. 매우 적은 확률입니다.

(뒤에 더 얘기하겠지만, 다른 분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대부분이 노력을 들인만큼 어느정도 수익을 가져갑니다)

IT 업체가 그렇게 된 것은 역시 인터넷을 통해 너무 쉽게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허라는 보호막이 있다손 치지만 그건 대기업 방어를 위한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지금은 어떤 기술이 뜨면 그에 대한 지식을 손쉽게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 같은 경우 그 신기술 서비스 이름만 들어도

바로 몇달 안에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터넷에 오픈 소스라는 이름으로 해당 소스가 널려 있고 열심히 그걸 만들어 공유하는 전문가들이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FinTech(핀테크)라는 것이 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기술은 오픈 소스부터 기술 동작 방식까지 인터넷에 널려 있습니다. 결국 처음 시작한 벤처 기업이 있다 할지라도 절대 시장을 장악할 수 없고, 마케팅과 투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이 지배하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 핀테크 분야가 그렇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오픈 소스라는 것을 좀 알아 보죠.

1990년대 중반부터 IT 분야에서는 뜨거운 논쟁이었습니다. 라이누스 토발즈가 리눅스 OS를 만들고 이를 오픈 소스로 공개하면서 오픈 소스를 널리 퍼트리고자 하는 GNU 계열 개발자들과 개발자가 만든 소스 코드는 폐쇄시켜 그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MS 등 사기업 개발자들 간의 논쟁입니다. 전자를 지지하는 개발자들은 기술을 완전히 공개함으로써 이 분야의 전체 발전, 나아가 인류의 풍요가 이루어진다는 주장이었고, 후자를 지지하는 개발자들은 결국 이분야 종사하는 개발자들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지금 결과는 둘다 맞습니다. 오픈소스로 인해 IT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풍요로와 졌지만, 수많은 개발자가 그 대접을 못받기도 합니다. 벤처기업에서 밤을 세워가며 개발하여도 수익성 없이 서비스하다 몇년 안에 파산하기 일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뒤에 오는 후발 기업이 쉽게 해당 기술을 어떻게든 만들어 내고 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더 낮은 가격으로(거의 공짜로) 서비스를 하는 악순환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정보 가치의 붕괴로 인한 것이며, 이에는 인터넷 및 기술 공유(오픈 소스 등) 정신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 IT 시대에 누가 돈을 벌었습니까?

바로 하드웨어, 제조, 인프라 업체입니다.

반도체나 스마트폰은 만드는 삼성전자, 통신 라인과 기지국을 제공하는 통신업체 등입니다.

정보라는 무형의 자산이 '공짜'가 되었으니 손에 잡히는 것을 파는 업체들은 공유하지 않는 제조 자산으로 그 수익을 모두 벌어가 버립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어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것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실제 돈을 못벌고 바로 다음 후발 주자와 치열할 출혈 경쟁을 하다 사라집니다. 폰을 파는 삼성전자, 애플이나 인프라를 제공하는 통신 3사만 대박이 납니다.

물론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같은 업체들이 큰 부를 거머쥐었지만, 아까도 얘기 했듯이 1등만 부를 얻고 거기에 종사하는 99% 인력들은 돈을 벌기 힘듭니다.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업은 그나마 2등 부터 100등까지 골고루 자기가 일한 만큼이라도 버는 것과는 대비됩니다.


개인도 주의해서 잘 보십시요.

점점 지식을 쌓는 것보다는 손에 잡히는 자산을 얻은 사람이 돈을 많이 벌고 있습니다.

부동산 같은 것은 절대 쉽게 공짜로 공유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지식 서비스의 붕괴

앞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정보 가치의 붕괴와 함께 지식 서비스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골프를 잘 가르치는 골프 선생이 과거에는 어느정도 제자들을 두어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최고 1등 선생이 아니라면 점점 인터넷 선생 때문에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지금 4차 산업 혁명 시대이니, AI 시대이니 하지만 그걸 만드는 1등, 정말 1등을 빼면 모두 망해 갈 겁니다.

1등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지 마십시요.

1등부터 1000등까지 자기 실력에 맞게 어느정도 돈을 벌 수 있는 분야와 비교하면 1등만 살아남는 분야는 망한 분야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 개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울한 얘기지만, 지식에 너무 탐닉하기 보다는 부동산, 혹은 자동화로 인해 큰 생산성과 수익을 얻게 되는 기업의 주식을 사야 합니다.

절대 (쉽게 공유되는) 기술 발전으로 내 가치를 빼앗기지 않는 곳을 선점해야 합니다.


'정보를 가진 사람이 큰 부를 얻게 된다'는 예측이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 시대에는 로봇이 등장하여 노동에서 해방된다'는 과거 예측도 보기좋게 빗나가고 있습니다.

로봇의 등장으로 노동자가 해방된 것이 아니라 그 과실을 업체의 대주주가 따먹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는 그냥 실업자가 되어 버린 것이죠.

노동자는 노동에 집착하지 말고 그 업체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그 과실을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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