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스크랩] 빚 권하는 사회

새무슨 2014. 4. 24. 15:05

나 아주 어릴적 '술권하는 사회'라는 말이 있었다.

다분히 개인적 의견이지만 요즘은 '빚 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다.

 

2000년 넘어서부터 이상하게 사회의 분위기가 빚을 져서 주식,부동산 등을 사는게 돈버는 것이고,

빚을 많이 질 수 있는 것이 능력의 상징이고... 은행에서 빚이 어느정도 있는게 오히려 더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희한한 상황까지 왔다.

신용카드? 어느순간 전국민이 한달씩 빚지고 있는 거란 생각 안드나?

(난 두달씩 빚지고 싶은데? 그럼 카드 두장 가지고 돌려막기 하면 되지ㅋ)

 

근데 결국 이 부채라는 것 때문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필두로 이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닌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사회,정부의 현 모습을 보면 정말 '빚 권하는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즉, 정부는 가계와 기업이 빚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라, 온갖 종류의 희한한 채무보증까지 만들어 가며 빚을 더 많이 지도록 한다. 전세가격이 떨어진다고 전세 반환금 대출에 대해 나라가 보증을 서주지 않나, 주택 대출의 LTD를 더 높이려고 하질 않나.. 또한 가계,중소기업에 대출을 더 늘리라고 노골적으로 은행에 압력을 가하질 않나..

국가 재정도 더 큰 규모로 빚을 지려고 추경이니 국채발행이니 엄청 노력하고 있고..

 

외채에 대해서는 더 가관이다.

몇개월을 두고 외환 위기가 거론되는 게 결국 2천억달러나 되는 외국 빚을 대부분 단기로 져서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그 빚을 조금씩이라도 갚아 나가야(설마 안갚을 생각은 아니지?) 위기가 줄어드는 상황임에도, 혹시라도 외채 상환이 올까봐 겁을 먹고, 외채가 늘어나는 달에는 환호를 외친다. 빚 지는게 그리 좋나..?

근데 이 빚이라는 건 결국 무얼까?
'미래 소득을 미리 땡겨 사용하는 것' 이다. 근데 이 미래 소득을 미리 사용한다는 것에서 부터 엄청난 문제를 안고 가게 되는 것이다.

 

잠깐 얘기를 돌려, 난 이 경제 위기가 발생할 때 두가지 의문이 있었다.

1.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서 모든 금융기관, 모든 은행, 모든 사람이 돈을 잃었다고 울고 있는데 과연 돈을 딴 사람은 누구인가? 어차피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채권이든 산 사람이 있으면 판 사람도 있을 텐데 왜 돈을 번 사람은 안나타나지? 그 돈 번 사람이 다시 대출을 하든 그들에게서 세금으로 돈을 걷든 하면 좀 해결되지 않나?

2. 파생금융상품은 제로섬 게임이라면서 왜 여기서도 돈을 잃었다는 금융기관만 존재하고 이 때문에 국가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가 온 걸까? 돈을 딴 금융기관은 없는 건가? 설마 개미들이 땄나?

 

근데 이 빚이라는 게 '미래 소득을 미리 땡겨 사용하는 것'이란 개념을 들면 이 의문점이 풀린다.

전에도 한번 적어본 얘긴데 다음의 가상 마을을 보자.

 

어떤 마을에 A와 B가 있다.
태초에 A에겐 10억이 있고 B는 무일푼이라고 가정하자.
근데 B가 나무를 모아다가 멋진 오두막을 하나 만들었다.
B는 이를 이쁘게 포장하여 A에게 10억을 현금으로 받고 팔았다.

이 시점에서. 
A는 자신은 여전히 10억의 '재산'을 가졌다고 믿고 있다. B는 실제 10억을 지니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계산하면 (두 사람이 생각하는) 전체 재산은 20억이다. 

이 마을의 부가 20억으로 불어난 것이다. 실제 현금은 10억만 존재하지만.

 

좀 시간이 흘러..

10억에 산 오두막이 알고보니 넘 쾌적하여 생각이 바뀐 B가 A에게 더 높은 가격 15억에 사겠다고 생각해 보자.
근데 실제 B가 가진 현금은 10억뿐이라 5억을 A에게 '빚져야만' 했다.
근데 A역시 실제 무일푼이다! (A는 오두막만 가지고 있다)
방법은 B가 일단 10억을 현금으로 주고 앞으로 5년간 일해서 A에게 5억 '갚기로 하고' 거래를 한다.

(와~ 신용 창출의 탄생이다! 빚의 탄생인 거지.)
이 시점에서 이 마을의 전체 자산은 자그마치 25억이 된다.
A딴엔 : 15억(10억 현금 보유 + 미래 받아야 할 돈 5억)
B딴엔 : 10억(15억 오두막 재산 - 부채 5억)

부동산 상승기에는 이 오두막 하나가 A와 B의 손을 계속 거치면서 전체 '상상' 재산의 가치는 100억이 넘게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A와 B는 합계 10억의 지폐 현금만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을 예에서는 A와 B 둘만 있지만 실 세계에서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서로 서로 빚지고 실물 자산을 더 비싼 값에 넘기고 하면서 큰 부가 생겨난 것이다(물론 터지기 전까진 거품이라 하지 말자..)

 

근데 어느 순간 디플레이션이라는게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생겼다.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마을에 불황이 왔거나, 누군가가 오두막을 무지 많이 지어 댔거나, 오두막이 낡아서 가치가 떨어졌거나, B가 급전이 필요하거나..),

B가 보유한 15억(으로 생각하는) 오두막이 3억이란 값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 순간엔 전체 자산이 25억에서 13억으로 줄어드는 일이 발생한다.

A딴엔 : 15억(10억 현금 보유 + 미래 받아야 할 돈 5억)

B딴엔 : -2억(3억 오두막 - 부채 5억)

디플레이션... 좀 전에 오두막이 15억에 거래된 시점 대비, 돈을 딴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 논리로 주식이 시가총액 반토막 나면서 몇백조가 사라졌단다.

미리 판 사람은 그 돈을 번걸까? 아니다. 주식이란 증서의 상상 가격이 줄어든 것 뿐이다)

암튼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

근데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다. A는 잃지 않았거든.

 

문제는 B의 5년 미래 소득 5억이 불투명해질 때부터 발생한다.

B가 오두막 값이 3억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시대 때문에 직장에서 짤린 것이다!

B가 빚을 못갚게 되면서 이제 A도 손해를 보는 순간이 발생한 것이다.

B는 담보물 오두막을 넘기면서 -2억이란 재산이 A에게 전가되었다.

미래 소득을 땡겨서 약속 했는데,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그 미래 소득이 갑자기 없어져 버린 것이다. B도 놀랬지만 A는 더 크게 놀란 것이다.

 

지금 미국,선진국 뿐 아니라 이 나라도 15~30년이란 미래 소득을 걸고 집을 구매해 왔다. 즉 15~30년 장기주택대출이란 바로 '미래에 벌 것을 미리 사용'한 것이다. 은행은 그 소득을 받기로 약속하고 통장에 그 돈의 값을 찍어 주었다. 1000만 가구가 주택대출 받을 때 현금 지폐로 은행이 주지 않는다, 아니 줄 지폐도 없다. 자그마치 대다수 국민 15~30년의 소득이 한꺼번에 실물자산에 쏟아 부어진 것인데 부동산,주식 값이 폭등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2000년 이후에 이 규모가 매우 커지면서 가격 상승도 정말 컸다.

 

(이러한 현상은 주식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중국 주식이 6000을 넘어섰을 때 PER가 50 가까이 됬었다. 왜 PER 50정도나 되는데도 사람들이 그 값에 주식을 샀을까? 연 9%라는 성장률을 봤을 때 십몇년 후엔 그 가격이 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미래 소득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암튼 미래 소득을 너무 미리 땡겨서 부동산, 금융자산에 붙여 놓았는데...  과연 국민들이 15~30년 미래 소득이 가능할까? 현 상황은 이태백,사오정,오륙도로 대표되듯이 소수의 사람만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 은행에서 30년 대출 받으면서도 자기가 현 직장에서 임원까지 갈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근데도 그들은 두려움 없이 대출을 받았다. 왜?  3년 후 좀더 높은 가격에 자산을 팔아버리면 빚도 갚고 차익금도 챙기니까!! 근데 그건 구조적으로 3년 후 또 사람들이 20~40년이란 더 긴 기간의 미래 소득을 땡겨야만 가능한 구조다.

 

 

자 다음은 금융기관의 파생금융상품.

(근데 이 부분은 내 나쁜 머리로 애써 이해해 보려고 맞추어 본 것이니 틀리면 지적좀...)

 

다시 마을 예를 들어 보자.

그 마을에 C 은행과 D 증권사가 있다. 둘다 현금 자산 100억을 들고 있다.

근데 기후, 날씨 등에까지 베팅할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 생기면서 넘 재밌어 하는 거다.

실제 서민에게 돈 빌려줘서 이자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벌 수도 있고... 처음엔 10억 단위로 베팅하면서 서로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하고 했는데 어느 순간 좀 공격적이 되었다.

자기들에겐 100억씩, 합 200억이란 현금밖에 없지만 미래 소득(빚)이란 걸 땡겨 사용하면 더 크게 베팅할 수도 있잖아... 근데 마을에 C와 D 밖에 없는데 누구한테 빌려? 일단 큰 금액으로 베팅하고 이기고 진 사람이 미래 소득으로 갚아나가기로 증서하면 되잖아... 중간 과정이야 서로 각종 증서 쓰면서 교환하는 거지 머.ㅋㅋ

 

그래서 그들은 자그마치 자기 자산의 30~50배가 되는 3천억~5천억을 가지고 베팅하기 시작했다.

어느날은 200억을 잃기도 하고 어느날은 500억을 벌기도 하다가..

이를 지켜보던 마을 이장은 '규제'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지만 어차피 지들끼리 하는 제로섬 게임이고 둘다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있는데 뭐 어떻겠나 싶었다.

 

그런데 이런.. C 은행이 '이 마을의 오두막 가격 지표'에 5천억을 베팅했었는데 15억 하던 오두막이 3억으로 떨어지면서 C 은행은 D 증권사에 3천억 빚을 지게 된 것이다.

오두막 가격은 오를 기미도 없고 C은행은 자기 자산 100억인데 어떻게 3천억을 갚나...

D 증권사도 불안해 미치겠다. C 은행이 배째고 파산하면 100억 밖에 못 받는데 솔직히 그 상황이 뻔히 보이거든..

그리고 그나마 얼마전 오두막이 15억에서 10억쯤으로 떨어졌을 때는, "아싸 이겼다~" "한 1천억 벌겠군" 하면서 그 (미래에 받을) 돈으로 여기저기 대단위 오두막 건설 투자도 하고, 마을 사람들에 꿔주기도 하고 했는데...

D 증권사도 자기돈은 100억 밖에 없으면서 그런 일을 벌려 놓았기 때문에 C은행이 무너지면 함께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이장은 고민에 빠진다.. 이를 어쩌면 좋나... 내가 왜 미리 '규제'를 하지 않았을까...

근데 도데체 누가 돈을 번 거야? 제로섬 게임 아니었나?

C은행이 한 100년 열심히 활동하면 3천억 벌어서 갚을 수도 있을거 같은데...

그러기 위해선 이 부실을 숨기고 평시대로 활동하게 해야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눈치채서

C은행 주식을 팔고 있는 거 같아...

출처 : 경제
글쓴이 : 삼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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