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머니사이언스(Money Science)라는 책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E=mc2(mc의 제곱)이라는 책이 E=mc2 방정식의 역사를 통해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과 2차대전 전후의 강국들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경쟁에 대해 재미있게 엮은 책이라면,
이 머니 사이언스라는 책은 켈리 공식이라는 투자와 베팅에 있어 수익율을 제일 높여주는 공식에 대한 주류 비주류 학자들과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기적의 공식(formula)은 투자 심리니 효용이니 따지는 경제학자가 아닌, 순수하게 숫자만을 생각하는 기름끼없는 엔지니어, 물리학자가 발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줄기찬 공격과 그럼에도 이 공식을 이용하여 수익을 내는 이들, 그리고 투기와 도박, 그리고 투자 수익에 대한 역사와 얘기들, 뭐 이런 내용들이 책의 주를 이룹니다.
이 책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Money에 대한 Science를 배울 수 있는 흥미롭고 잘 쓰여진 책이지만, 공식에 대해 너무 어렵고 진부하게 설명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지루한 면이 있어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특히, 알고보면 별거 아닌 공식이다에 실망해 버리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간단히 핵심만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나름 각색이 있을듯 하네요)
켈리 공식은, 1950년대 미국 벨랩(Bell Labs, 벨 연구소)에 근무하는 클로드 새넌이라는 과학자(수학자/전기공학)와 역시 벨랩에 근무하는 존 켈리라는 물리학자가 만든 공식입니다.
지금은 거의 망했지만 당시 벨랩은 민간 연구소지만 천재들만 들어갈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었습니다. 다른 동종 업계보다 0이 하나 더 붙는 고액 연봉으로 유명하고, 순수 과학 연구를 많이 하여 노벨상 7개를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클로드 새넌은 이 켈리 공식을 제쳐두고라도 정보통신 이론을 세운 유명한 천재 학자입니다. 그가 이룩한 업적으로 현재 휴대폰 등 디지털 통신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순수한 탐구와 연구의 정신이 강해서, 집 지하실에 여러가지 장난감, 도구 같은 것들을 가져다 두고 혼자 이것저것 연구하기를 좋아했습니다. 한 때 외발자전거에 빠져서 집안을 계속 외발자전거만 타고 돌아다니곤 할 정도로 괴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가 존 켈리라는 동료와 함께 도박, 주식의 베팅에 대한 관심에 빠지게 됩니다.
당시 도박자들 사이에서는 마틴게일(두배 걸기)이라는 기법이 유행했었습니다.
도박장에서 도박을 할 때 매번 전 판의 두배를 거는 방식인데, 결국에는 이길 수밖에 없는 막강의 전략입니다.
즉, 첫판에 100원을 걸고, 질 경우 다음 판에 200원, 또 질 경우 다음 판에는 400원, 그 다음 800원... 이런 식으로 이길 때까지 2배씩 거는 것입니다. 네, 이렇게 걸 경우 결국엔 한번 이길 때 지금까지 잃었던 모든 금액을 다 회수하게 되는 최강의 기법입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 기법을 이용하여 도박을 하는데 결과는 생각만큼 신통치 않았죠.
새넌과 켈리는 이 기법의 함정을 다음과 같이 파악해 버리죠.
- 두배씩 걸 경우, 이기기 전에 너무 빠르게 파산이 온다.
- 큰 갑부가 할 경우에는, 쉽게 파산이 오지 않는다 해도, 그 위험을 무릅쓰고 힘들게 한 결과가 겨우 100원 딴다는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잃은 돈 회수 + 첫 판돈의 금액 만큼만 딸 수 있습니다)
새넌과 켈리는 이보다는 좀 더 훌륭한 전략이 없을까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켈리 공식입니다.
다음과 같은 게임을 생각해 보죠.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판돈의 두배를 가져가게 되고 뒷면이 나오면 판돈을 전부 잃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동전이 앞면이 나올 확률이 55%, 뒷면이 나올 확률은 45% 라고 하죠.
즉, 기대값이 1.1 입니다. (기대값이 1보다 크지 않은 게임은 도박이던 주식이던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에는 잃게 되니까요)
자, 기대값이 1.1 이라고 해서 과연 돈을 벌기 쉬울까요??
1만원을 가지고 이 게임을 한다고 해 보죠. 당신이라면 하겠습니까?
55%의 확률로 2만원을 벌 수 있지만, 45%의 확률로는 만원을 그냥 잃게 되기 때문에(파산) 전재산 만원을 가진 사람으로선 섣불리 못하게 됩니다. 기대값 상으로는 1000원을 벌어 내 손에 11,000원을 쥐게 되어야지만 말입니다.
손쉬운 방법은 1,000원씩만 걸고 10번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대충 결과적으로 11,000원을 벌겠죠.
더 정확하게 하려면 100원씩 나누어 걸어서 100번 이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거의 정확히 11,000원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한번 게임 할 때 기대값이 1.1이기에, 백번을 하면 이론상으로는 1.1의 100승을 벌고 싶었던 것입니다.(즉, 복리 수익)
확률과 기대값이 그러하니깐요.
클로드 새넌과 존 켈리는 그 이론 상의 수치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 수익을 내는 공식으로 다음과 같은 공식을 발견합니다.
최적의 베팅 금액 = 우위/배당률 (우위는 기대값의 비례값, 배당률은 수익률을 뜻함)
즉, 매번 일정 금액을 거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금액을 대상으로 일정 비율을 거는 것입니다.
여러번 게임을 하면서 지금까지의 전적을 반영하여 그에 맞게 베팅 금액을 변화시켜 거는 것이죠.
이 게임에서라면,
우위 = 기대값 1.1 에서 1을 빼서 0.1로 계산이 되고,
배당률 = 이겼을 때 얻는 수익이 100% 이므로 1로 계산이 됩니다.
베팅 금액 = 0.1 / 1 = 0.1. 즉, 항상 지금까지 따거나 잃은 결과인 수중 금액의 10%만을 베팅 해야 합니다.
이 켈리 공식을 이용한 기법으로 다양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항상 변동성이 큰 그래프가 그려지지만,
- 절대로 중간에 파산하는 경우는 없으며,
- 결과적으로 어떠한 베팅 기법보다 이론상의 수익, 기대값의 n승 수익율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다 입니다.
이들은 이 공식을 발표하지만 주류 경제학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근거를 대며 공격하지만 속내는 자신들(경제학 전공자)이 아닌 이방인(이공계 출신)이 만들었다는 데에 대한 기분 나쁨이었습니다.
이 주류 경제학자들은 폴 새뮤얼슨, 마이런 숄즈, 로버트 머턴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다 노벨 경제학상을 탄 사람들이죠.
공격의 근거는, 이 공식으로는 초반에 너무 지루하게 수익이 안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투자 수익을 극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레버리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입니다.
실제 이들(마이런 숄즈, 로버트 머턴)은 LTCM(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하여 극도의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몇년간 엄청난 수익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면서 완전 망해 버립니다. 단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에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준 숱한 은행들이 함께 망할 위기에 처합니다. 자본금 47억 달러 회사가 1조2500억달러를 잃었으니까 말이죠. 결국 경제 영향이 너무 커서 (Too Big To Fail), 금융당국의 구제금융을 받게 됩니다. (이쯤 되면 노벨상 취소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LTCM 이들이 실수한 그 부분이 바로 켈리 공식이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기대값과 수익율에 기반하여 수익금의 일정 부분만 꾸준히 걸어야 한다는 점을 무시하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를 사용한 것이죠. 수익이 날 때야 투자금 대비 큰 이익을 얻지만, 손실이 날 때는 바로 파산해 버리는 구조입니다.
(솔직히 이런 투자 행태를 하는 모든 금융회사에는 구제 금융을 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면 내돈, 잃으면 나랏돈 으로 생각해 버리니깐요.
이를 따라하는 개인들은 물론 결국 다 망합니다 ^^)
이와 반대로, MIT 수학 교수인 에드 소프는 이 공식을 믿고 실험해 보기 위해 카지노에 갑니다. 블랙잭에서 우위를 높이기 위해(기대값을 1보다 크게 하기 위해) 카드 카운팅을 하고, 이 공식에 따라 베팅을 합니다. 결국 엄청난 수익을 내게 되자 카지노는 그를 출입 거부 조치해 버립니다. 이후 에드 소프는 클로드 새넌과 함께 이 공식을 이용하여 투자 펀드를 만들고 43년간 주식 시장에서 어마한 수익을 올려 억만장자가 됩니다.
재밌는 것은, LTCM 설립 당시 워렌 버핏도 투자 제안을 받지만 버핏은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버핏이 말하지만, 버핏 회사는 투자할 때 이 켈리 공식에도 기반을 두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켈리 공식이 신의 공식 같지만 다음과 같은 명심할 점이 있습니다.
- 어떠한 도박/투자/투기 이던 기대값이 1보다 커야지만 된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하죠.)
- 초반에 지루합니다
- 어느 정도 지나면, 중간 중간에 못견딜 만큼 수익 변동성이 큽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어떠한 투자 기법보다도 수익율이 좋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식의 핵심은 결국 '믿는만큼 걸기' 입니다. 기대값(우위)가 높으면 그만큼 현재 수익+자본금 대비 많은 금액을 걸게 되고 그 값이 적을 경우 그만큼 적게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하여, 3줄 요약하면,
- 켈리 공식은, 리스크가 큰 투자 게임을 (장기적으로) 복리수익화 하는 공식이다
- 복리수익 VS 레버리지투자 를 보았을 때, 단기 게임에서는 레버리지투자가 대부분의 경우 수익이 크다
- 하지만, 레버리지 투자는 결국에는 지뢰를 밟게 되어 있어서, 장기 게임에서는 복리수익 기법이 큰 규모로 이길 수밖에 없다.
금융쟁이가 왜 레버리지를 좋아하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언젠가 지뢰밟으면 나랏돈, 초반에 딴 돈은 내돈)
클로드 섀넌
존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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