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기이거나 옥죄거나

새무슨 2016. 8. 1. 23:02


요즘 사회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각박하다' 입니다.


각박하다는 것은 오로지 돈의 논리로만 사람들이 결정을 하고 행동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의 브렉시트 사태도 저는 '각박함으로 치닫는다'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각박한 사회.

자본주의가 원래 그런 거라 하지만 나 어릴적을 기억해 보면, 당시엔 지금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기업'의 이미지는 긍정적이었습니다.

특히, 대기업들은 믿음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서민들에게 '사기'는 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사기' 얘기가 나온 건, 요즘 이 각박한 세상에 드는 느낌은, 뭐랄까 기업이든 개인이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기를 치거나 옥죄거나' 둘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사기라는 건 정말 사기꾼 같은 나쁜 개인들이 선량한 사람 속여서 투자를 하게끔 만들어 가로채는 정도의 의미였습니다. 감히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나 은행 같은 큰 곳이 사기를 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고, 무조건 믿고 물건/서비스를 구매해도 괜찮았습니다.. 거기에 종사하는 직원들 역시 우리네 이웃들로 감히 나를 속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기업도 '사기'를 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말하는 의미는 합법적 사기를 말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굳이 가르쳐 주지 않고 물건/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의미입니다.

처음엔(2000년도 초중반) 금융권이 그랬습니다. 본전이 마이너스 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는게 뻔히 보이는 노인들에게 베트남,러시아 펀드를 판매했습니다. 보험사는 수익이 크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변액보험을 판매했습니다. 기업이 내심 소비자가 '모른채(속아서)' 구매하는 것을 방조하는, 아니 이용하는 판매 행위였습니다.

안타까운게,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이러한 전략을 통신업채도 사용하는 듯 하였습니다. 과거 공기업이었던 회사 마저도 은근슬쩍 핸드폰 부가서비스 요금을 집어 넣어 사용자가 모르면 몇년씩 사용료를 받아 먹었습니다. 핸드폰 신규 가입? 아는 사람에겐 각종 할인을 주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냥 비싸게 계약해 버립니다. 초고속 인터넷? IPTV? 2년 지난 사람이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무조건 다른 통신사로 바꾼다고 하면 그자리에서 월 사용료를 몇천원씩 깎아 주곤 했습니다. 즉, 떼쓰는 사람만 할인해 주고 그냥 묵묵히 있는 사람에겐 비싸게 받아 먹었습니다.

대기업이라 그냥 믿고 맡길 수 없고, 열심히 따져봐야하는,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피곤한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카드사 포인트, 다양한 할인들... 잘 모르는 사람에겐 굳이 알려주지 않는 것... 예전엔 없었던 대기업들의 모습입니다.


건설사들은 사람들에게 '2년 살아보고 구매를 결정하라' 하였는데, 이게 아니었죠. 명백한 사기입니다.


정부 역시 금리가 오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안올릴 거면서) 금리가 비싼 고정대출로 갈아타라고 권유 했습니다.


음식점들은 크리스마스 날에는 자기들이 일년 내내 판매하던 메뉴를 판매하지 않고 특별 메뉴만 판매합니다.

언제부턴가 큰 음식점들은 발레 파킹을 안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는 발레 주차비를 받아 갑니다.


광고도 예전처럼 정정 당당하게 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언론(신문) 조차도 사람들이 실수해서 광고 클릭하게 만듭니다. 실수라는 걸 유도하는 겁니다. 메이저 신문 업체가 말입니다.


대부업체들은 굳이 얘기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작금의 시대가 이러한 사기 아니면 물건이나 서비스 팔아먹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기이거나 옥죄거나, 둘 중에 하나의 전략을 쓰기 쉽상입니다.


제가 표현한 옥죈다는 의미는, 필수품에 대해서 가격을 올려받는 다는 걸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절약하는 시대, 물건 팔아먹기 어려운 시대에... 생활 필수품에 대해 가혹하게 가격을 매겨 버립니다.

정부는 저물가 시대라지만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높습니다. 바로, 생필품이 아닌 경우에는 가격 상승이 없지만 생필품에 대해서만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이런 괴리가 생깁니다.

야채, 우유, 빵, 버스/지하철, 가스비,  집(주택),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다 오릅니다. 왜냐? 안살수가 없다는 걸 공급자가 알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것들은 서민들이 정말 아껴서 안삽니다. 그러니 물건 가격이 안오르죠.

정부는 이걸 싸잡아 통계해 놓고는 저물가 시대라고 합니다.


세상이 참 각박해 졌습니다.

영화 관람도 시간대에 따라서 다른 요금을 내야 합니다.



이러한 각박한 세상에 정부가 서민의 편에서 따듯한 사회를 만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듯 합니다.

예전엔 정부가 정말 서민의 편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든든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전기료 얘기가 요즘 많죠. 기업은 에어콘을 너무 세게 틀어서 추워서 별도의 옷을 입고 일을 봐야할 지경입니다.

회사들이 그렇게 에어콘을 틀어 놓으니 도시는 더욱 찜통이 되고, 가정에선 그것 땜에 더워도 전기료 무서워 에어콘을 못틉니다.

그리고 KBS 수신료. 전기료에 합쳐서 그냥 거두어 가 버립니다. 그렇게 질좋은 유료 TV를 추구하면 유료 케이블로 가 버리지 왜 공중파에 남아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세금 대출제도? 세입자를 위한 제도입니까, 집주인을 위한 제도입니까?

학자금 대출제도? 학생을 위한 제도입니까, 대학교를 위한 제도입니까?


각박한 세상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